정말이지 너를 만난 건 파격적이었다.
세상의 어려움이 수능 뿐이었다 믿고 알지도 못하는 대학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
나름대로 폼 좀 잡아본답시고 힙합음악동아리방에 들낙거리며 까불대던 그 때
넌 휴가를 나온 군바리.
난 생면부지인 너에게 단지 동아리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학생회관 식당에서 밥을 사내도록 했지.
그렇게 니가 사준 2000원 인가 1500원인가 하는 밥을 먹고 부른 배로 나는 노래 할 수 있었다.
다만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어리석게 먹고 니 손바닥에 침을 뱉았을 뿐.
지금에 와서야 니가 그 놈인 걸 기억하지만 우리가 지금처럼 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너를 잊었을 거야. 아니 기억도 못하겠지.
그냥 그런 사람일 뿐, 관심이 없었으니까.
언제인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런 너에게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마도 .. 넌 좀 뭔가 달라서였던 것 같다.
이 후 내가 만나온 사람들에게 너의 녹음실 이야기를 하면 모두가 눈을 반짝이며 궁금해 하는 모습을 보니
그 당시 내가 너에게 가진 감정도 같은 거였으리라 생각된다.
단지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. '그 때 그 녀석이 요 앞에서 녹음실을 한다'는 말을 들었을 때
너 보단 그 녹음실이 너무 궁금했었다.
그렇게 별로 친하지도 않은 너의 녹음실을 찾아가려고 무진 애를 썼었는데 정작 가보니 그 곳은 별천지.
아마도 나는 너에게 반하기 보다 너의 그 공간, 무엇보다도 너의 책에 반했을 것이다.
몇 번 대화도 해 본적 없는 너였지만 그 수많은 책이 너를 말해주고 있었지.
책 많이 읽는 사람중에 나쁜사람 없으니..
그래서 나는 그 때 부터 너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.
읽을 생각도 없는 너에게 굳이 내 책을 빌려주고,
돌려주지 않아도 신경쓰지 않을 네 책을 애써 가져다 주면서 너를 알고싶어했다.
말이 없기로 유명했던 너는
어느 날 술이 취해 찾아간 나를 왜 그렇게 자상하게도 챙겨주었던지 그 모습에 나는 한 번 더 반하고 말았다.
그 날 이후 나는 정말이지 너를 사랑하고 있었다.
그 후 2년 간 너를 하루라도 보지 못하면 참을 수 없는 듯 찰싹 붙어 떨어질 줄을 몰랐지.
그 간 나는 너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많이 반성하면서 많이 변화해갔다.
물론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지만..
나는 그래서 아직도 너를 존경한다.
넌 이만큼 나를 변화시킨 내 인생의 스승이야.
이 사실은 언젠가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 날이 온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거야.
깊은 밤 옛 사진들을 뒤적이다
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주던 니가 생각이 났다.
그래서 무작정 글을 썼다.
내가 하려는 것은 다 해주고 싶어하고 누구보다 날 배려해주는 너에게
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어..
지금 너는 자고 있겠지.
어쩌다 내가 이시간 까지 안자고 이 짓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있으면 첫 차가 뜰테니 너를 찾아갈게.
문열어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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